"지금은 밀물의 시대에서 썰물의 시대로 가고 있어요. 이 시대가 좋든 싫든, 한국인은 지금 대단히 자유롭고 풍요하게 살고 있지요. 만조라고 할까요. 그런데 역사는 썰물과 밀물을 반복해요. 세계는 지금 전부 썰물 때지만, 썰물이라고 절망해서도 안 됩니다. 갯벌이 생기니까요."
"어떤 환자라도 그런 순간이 와요. 촛불이 꺼질 때 한번 환하게 타오르듯이. 신은 전능하지만, 병을 완치해주거나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게 해주진 않아요. 다만 하나님도 인간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면 가엾게 여겨 잠시 그 자비로운 손으로 만져줄 때가 있어요. 배 아플 때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만져주면 반짝 낫는 것 같잖아. 그리고 이따금 차가운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지요. 그때 나는 신께 기도해요."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이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 그러니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침대에서 깨어 눈 맞추던 식구, 정원에 울던 새, 어김없이 피던 꽃들...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 돌려보내요...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 김지수, "이어령 마지막 인터뷰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 (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8/20191018030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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